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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팅 도안|나팔꽃과 아버지의 기억

오봉이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 한여름 동안 쉬었던 걷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걷는 길에 본 나팔꽃에서 태어난 찬팅 도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러울 정도였던 매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가을벌레 소리로 바뀌어 가는 공원 한쪽에서, 여름을 아쉬워하듯 나팔꽃이 피어 있습니다.

찬팅으로 그린 나팔꽃 도안

나팔꽃을 보면 떠오르는 아버지

나팔꽃을 보면 늘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이른 아침부터 일하셨던 아버지입니다. 일밖에 모르던 무뚝뚝한 아버지가 이름을 아는 몇 안 되는 꽃 가운데 하나가 나팔꽃이었고, 저에게 자주 “올해도 나팔꽃 좀 심어 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여름 아침에 상쾌하게 피는 나팔꽃에서 아버지는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늘 “일찍 일어나면 세 푼 이득이다!!”라고도 하셨습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이런 도안을 그려 보았습니다.

찬팅으로 그린 나팔꽃 도안

나팔꽃에서 찬팅 도안으로

이것은 45cm 정사각형 반다나를 위한 도안입니다. 작은 물뿌리개처럼 생긴 ‘찬팅(canting)’이라는 도구의 끝에서 녹인 밀랍을 흘려 선을 그리는 바틱 염색을 위해 만든 도안입니다. 사실 저는 이 찬팅을 다루는 데 아주 서툽니다. 이전의 ‘로케쓰조메②|납 방염(Rōbuse)’에서도 이야기했듯, 밀랍을 다루는 작업은 섬세하고 어렵습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나팔꽃을 이번에는 제 손으로 천 위에 그려 보려 합니다. 이왕 하는 거, 찬팅으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