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 이웃의 배려로 밭 한쪽을 빌려 Hitotsuya(ひとつ屋) 염료 식물 농장을 시작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는 풀과 나무로 염색할 때 쓰는 염료 식물을 주로 기릅니다.
그중에서도 해마다 가장 중요한 작물로 기르는 것이 쪽염색의 원료인 쪽입니다.
이 글에서는 Hitotsuya가 실제로 이어 온 재배법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소개합니다. 밭 준비와 파종, 육묘, 정식, 웃거름, 수확까지 한 해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아와 쪽의 산지인 도쿠시마현은 공식 쪽에 대하여 페이지에서 모판 파종과 옮겨심기, 첫 번째와 두 번째 수확, 마른 쪽잎 만들기까지 재배와 가공의 흐름을 소개합니다.
쪽의 생육은 지역의 기후와 토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 내용은 Hitotsuya가 해마다 직접 재배하며 쌓아 온 기록입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실제 작업은 YouTube 영상 쪽 기르는 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입춘 무렵|겨울 동안 밭의 풀을 정리하기
Hitotsuya에서는 해마다 수선화가 필 무렵 농장 일을 시작합니다.
올해도 맑고 단정한 수선화가 피어 밭일을 시작할 때를 알려 주었습니다.
▼ 밭일의 시작을 알리는 수선화

2월 중순의 밭은 아직 겨울빛 그대로입니다. 땅 위로 작은 풀이 조금씩 얼굴을 내밉니다.
본격적인 봄이 오기 전에 어린 풀과 말라 죽은 뿌리를 치워 두면 뒤의 작업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 겨울 밭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풀


춘분 무렵|흙을 갈고 쪽씨를 뿌리기
추위가 누그러지고 햇빛이 부드러워지는 춘분 무렵이 되면 밭일이 갑자기 바빠집니다.
먼저 풀과 겨울 동안 말라 죽은 뿌리를 다시 걷어 낸 뒤 흙을 갈아 둡니다.
▼ 춘분 무렵의 풀 제거와 밭갈이


Hitotsuya에서는 해마다 3월 21일을 쪽 파종의 기준일로 삼습니다.
알맞은 시기는 지역과 그해 기온에 따라 달라집니다. 강한 추위가 이어진다면 발아 뒤 어린 모종을 관리할 수 있는 때까지 파종을 조절합니다.
이해에는 아와 쪽의 산지 도쿠시마현에서 받은 센본아이와 치지미아이 두 종류를 길렀습니다. 치지미아이는 처음 재배하는 종류였습니다.
▼ 파종을 준비한 센본아이와 치지미아이 씨앗

육묘 상자에 줄뿌림하기
쪽씨는 밭에 바로 뿌리지 않고 먼저 육묘 상자에 줄뿌림합니다.
흙 표면에 얕은 골을 만들고 씨앗을 뿌린 다음, 씨가 겨우 가려질 정도로 얇게 흙을 덮습니다.
파종 과정은 일본어 글 쪽씨 뿌리기, 그리고 대청이란?에서도 소개합니다.
▼ 육묘 상자의 얕은 골에 뿌린 쪽씨

발아할 때까지 보온하고 마르지 않게 하기
파종 뒤에는 보온과 건조 방지를 위해 육묘 상자를 비닐로 덮습니다. 새가 씨앗을 먹는 것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Hitotsuya에서는 상자 전체를 큰 투명 봉투 안에 넣어 벌레와 민달팽이가 들어오기 어렵게 합니다.
예전에 갓 발아한 모종을 민달팽이가 먹어 버린 적이 있습니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 보온을 위해 비닐로 덮은 육묘 상자

발아 뒤에는 햇빛을 쬐고 흙을 마르게 하지 않기
기온과 습도 조건이 맞으면 약 일주일 뒤 작은 싹이 올라옵니다.
싹이 나면 비닐을 벗기고 봄 햇빛을 받으며 기릅니다.
육묘 중 가장 중요한 점은 흙을 마르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센 물줄기를 바로 뿌리면 작은 모종과 흙이 쓸려 나갈 수 있습니다. 물뿌리개에 샤워형 입구를 달아 날마다 부드럽게 물을 줍니다.
▼ 갓 발아한 작은 쪽 모종


곡우 무렵|모종이 빠르게 자라기
발아 뒤 다시 2~3주가 지나면 모종이 크게 자라 높이가 약 10cm에 이릅니다.
잎이 많아질수록 증산하는 물도 늘어 육묘 상자가 더 빨리 마릅니다. 겉흙뿐 아니라 흙 안쪽의 습기도 확인하며 물을 줍니다.
▼ 높이 약 10cm로 자란 치지미아이

일본의 골든위크 무렵에는 높이가 약 15~20cm가 됩니다.
육묘 상자 안은 모종으로 빽빽해지고 잎이 서로 겹칩니다. 밭에 옮겨심을 때가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 정식 전 빽빽하게 자란 쪽 모종

이것은 센본아이입니다. Hitotsuya에서 주로 길러 온 종류이며, 이 무렵 잎은 바질과 닮아 보입니다.

이것은 치지미아이입니다. 이름처럼 잎 표면이 오글오글 주름진 모습입니다.
센본아이와는 꽃이 피는 시기와 자라는 방식이 다릅니다. 씨앗을 받을 때는 종류별로 나누어 관찰하고 관리합니다.

입하 무렵|정식 전에 밭을 준비하기
모종이 충분히 자라면 밭으로 옮겨심습니다.
Hitotsuya에서는 정식 약 일주일 전에 밭을 갈고 고토석회, 퇴비, 깻묵 등을 흙에 섞습니다.
이 방식은 Hitotsuya 밭의 상태에 맞춘 것입니다. 필요한 자재와 양은 토질과 이전 해의 시비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 쪽 정식 전에 갈고 거름을 넣은 밭

육묘 상자에서 모종 꺼내기
육묘 상자에서 모종을 꺼내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눕니다.
Hitotsuya에서는 뿌리 상태를 보기 쉽도록 붙어 있는 흙을 물로 가볍게 씻어 냅니다.
▼ 육묘 상자에서 꺼내 뿌리를 정리한 쪽 모종

모종 5~6포기를 모아 수직으로 깊게 심기
밭에 약 10cm 깊이의 구멍을 파고 모종을 5~6포기씩 한데 모아 심습니다.
얕게 심으면 비바람에 쉽게 쓰러집니다. 줄기 아랫부분까지 흙 속에 들어가도록 과감하게 깊이 심습니다.
쪽은 자라면서 줄기 마디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땅을 기듯 퍼집니다. 이 성질을 이용해 모종을 비스듬히 눕혀 심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Hitotsuya에서는 모종을 눕히지 않고 수직 방향으로 곧게 깊이 심는 방법을 이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좁은 밭의 조건 때문에 택한 방식이지만, 이후 10년 넘게 큰 문제 없이 쪽을 기르고 수확해 왔습니다.
▼ 여러 모종을 한데 모아 수직으로 깊게 심기

포기 사이를 약 40cm로 두기
포기 사이 간격은 약 40cm를 기준으로 합니다.
Hitotsuya의 밭은 넓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면적에 가능한 한 많이 심을 수 있도록 서로 엇갈리게 배치합니다.
▼ 약 40cm 간격으로 엇갈려 심은 센본아이

치지미아이는 센본아이와 섞여 수분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다른 밭에 심었습니다.
이듬해에도 같은 계통의 씨앗을 받으려면 종류별로 장소를 나누어 관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 씨앗을 받기 위해 다른 밭에 심은 치지미아이

하지 무렵|웃거름과 북주기로 포기를 키우기
6월 장마철이 시작되면 쪽은 한꺼번에 빠르게 자랍니다.
줄기가 길어지고 포기가 쓰러질 듯하면 뿌리 주변에 깻묵 같은 알맞은 거름을 주고 흙을 북돋아 줍니다.
정식할 때 높은 두둑을 만들지 않은 것은 자라는 동안 포기 주변에 흙을 더해 나중에 두둑처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 초여름 비를 맞으며 자라는 쪽

6월 하순이 되면 가지와 잎이 서로 겹칠 만큼 무성해집니다.
포기 안쪽은 바람이 덜 통하므로 해충과 상한 잎이 없는지 살피며 수확 때를 기다립니다.
▼ 6월 하순 밭을 덮을 만큼 무성해진 쪽

소서 무렵|첫 번째 쪽 수확하기
예부터 쪽의 첫 수확은 한게쇼가 지난 무렵에 한다고 전해집니다. 한게쇼는 일본의 옛 절기 표지입니다.
한게쇼는 하지 뒤 약 열한째 날로, 대체로 7월 초에 해당합니다. 2020년에는 7월 1일이었습니다.
잎이 충분히 자라고 꽃눈이 뚜렷해지기 전 상태를 확인해 첫 번째 쪽을 수확합니다.
▼ 첫 수확 시기를 맞은 쪽밭

포기 아랫부분을 남기고 베기
땅에서 약 10cm 높이를 남기고 낫이나 원예용 가위로 줄기를 벱니다.
새싹이 나올 수 있는 밑동 부분을 남기고 수확 뒤 웃거름을 주면 가지와 잎이 다시 자랍니다.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약 한 달 뒤 다시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쪽입니다.
포기가 건강하면 계속 거름을 주고 관리해 세 번째까지 수확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수확할수록 잎의 양과 상태가 달라지므로 매번 포기를 살펴야 합니다.
이듬해 쓸 씨앗을 확실히 받으려면 수확하지 않을 채종용 포기를 미리 정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합니다.
▼ 땅에서 약 10cm를 남기고 벤 첫 번째 쪽

수확한 쪽을 염료로 만들기
갓 수확한 쪽은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생잎으로 염색하거나 잎을 말려 발효 쪽잎 염료인 스쿠모의 원료로 삼고, 침전 쪽 안료와 진흙 상태의 쪽 안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 갓 수확한 쪽

잎을 충분히 말리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마른 쪽잎이 됩니다.
마른 쪽잎은 일반 식물 염료처럼 단순히 끓이는 것만으로 쪽빛이 나지 않습니다. 잎의 상태에 맞는 염색법이나 스쿠모로 만드는 추가 과정이 필요합니다.
쪽잎을 말리는 과정은 일본어 글 잿물 발효 쪽물 들이기 ①|쪽잎을 햇볕에 말려 스쿠모 준비하기에서 소개합니다.
▼ 스쿠모와 마른 잎 염색에 쓰는 건조 잎

수확한 잎을 물에 담가 성분을 우려낸 뒤 석회를 넣고 저으면 푸른 성분이 가라앉아 침전 쪽 안료가 됩니다.
Hitotsuya에서 사용하는 기본 과정은 일본어 글 침전 쪽 안료와 진흙 상태의 쪽 안료, 건조 고형 안료 만드는 법에 정리했습니다.
▼ 쪽으로 만든 침전 안료와 진흙 상태의 안료

Hitotsuya가 이어 온 쪽 재배법
여기서 소개한 방법이 모든 지역과 재배 조건에 통하는 유일한 정답은 아닙니다.
토질, 기후, 강수량, 햇빛, 거름, 물주기, 해충 상태에 따라 쪽의 생육은 달라집니다.
다만 Hitotsuya에서는 육묘 상자 줄뿌림, 5~6포기 묶음 정식, 약 40cm 간격, 수직 깊이심기, 수확 뒤 웃거름과 재생 관리라는 방법을 이어 오며 해마다 쪽을 수확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조건을 고정하기보다 잎빛, 줄기 굵기, 흙이 마르는 방식, 해충, 다시 자라는 속도를 살피며 자신의 밭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직접 씨를 뿌리고 기른 뒤 수확한 쪽에서 색을 얻는 일은 쪽염색을 한 번의 염색 작업이 아니라 한 해 전체를 잇는 생활과 손일로 바꾸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