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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무시 섬유|물속 레팅으로 실 만들기

베어도 베어도 다시 자라는 가라무시. 밭 주변이나 산자락, 오래된 집 곁에서 어느새 퍼져 있는 식물입니다. 성가신 잡초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줄기에서 얻는 가라무시 섬유는 오래전부터 실과 천의 재료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가라무시(Boehmeria nivea / ramie, 모시풀)는 질긴 인피섬유를 얻을 수 있는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야생에서 자라는 가라무시. 베어도 다시 자라나는 생명력이 매우 강한 식물입니다.

가라무시 섬유 채취 실험에 사용하는 가라무시

가라무시 섬유를 이어 만드는 실이 아니라, 직접 ‘방적’하는 실로

Hitotsuya(ひとつ屋)에서는 지금 야생에서 자라는 가라무시를 이용해 실을 만들고, 언젠가는 천으로 이어 가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전통적인 조후(jōfu) 제작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후 등에서 해 온 것처럼 섬유를 가늘게 쪼개 이어 한 올의 긴 실로 만드는 방식 대신, 이 섬유를 직접 ‘방적’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려 합니다.

이전 글 ‘가라무시 직조 ②’에서도 가라무시에서 섬유를 얻어 실과 천으로 이어 가는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동을 조금 더 줄이면서 방적에 알맞은 섬유를 얻는 방법을 찾습니다.

  • 어느 성장 시기의 가라무시를 베는 것이 좋은가?
  • 껍질을 벗긴 뒤 처리하는 것이 좋은가?
  • 껍질을 벗기지 않고 줄기째 처리하는 방법도 가능한가?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그래서 조건을 바꾸어 가며 하나씩 확인해 보려 합니다.

세 가지 조건으로 가라무시 섬유를 얻는 물속 레팅

이번 실험에서는 세 가지 조건으로 물속 레팅을 시작했습니다.

레팅은 물과 미생물 등의 작용을 이용해 식물 줄기의 인피섬유 주변 조직을 느슨하게 만들고, 섬유를 더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아마 같은 섬유식물 가공에도 사용됩니다.

  • 말린 가라무시 껍질 — 말린 뒤 다시 물에 담갔을 때 겉껍질과 점질 성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봅니다.
  • 말리지 않은 생가라무시 껍질 — 생재료의 부드러움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겉껍질이 어느 정도 느슨해지는지 살펴봅니다.
  • 껍질을 벗기지 않고 줄기째 말린 가라무시 — 줄기째 레팅하는 방법이 가능한지 시험합니다.

2026년 8월 12일 오후 5시 무렵부터 각각을 물에 담가 상태 변화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 앞쪽부터 ‘말린 껍질’, ‘말리지 않은 껍질’, ‘껍질을 벗기지 않고 줄기째 말린 것’의 세 조건을 비교합니다.

세 가지 조건으로 비교하는 가라무시 섬유 물속 레팅 실험

어린 가라무시의 섬유가 더 방적하기 쉬울까?

지금까지의 시험에서 신경 쓰이는 점은 줄기의 성숙도입니다. 너무 자란 가라무시는 겉껍질이 단단해져 물에 담그고, 말리고, 두드리고, 브러싱을 해도 겉껍질이 끈질기게 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면 어린 가라무시는 겉껍질이 아직 부드러워, 방적용 섬유로 다루기 더 쉬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조후 제작과는 목적이 다릅니다. Hitotsuya가 찾는 것은 가능한 한 부드럽고 희며, 그리고 ‘방적하기 쉬운’ 섬유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크게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어린 시기에 수확하는 쪽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성가신 잡초’를 반복해서 쓸 수 있는 섬유 자원으로

어린 가라무시를 사용할 수 있다면 또 하나 흥미로운 가능성이 생깁니다. 한 해에 여러 번 수확하는 것입니다.

며칠 전 베어 낸 곳에서는 이미 약 30cm까지 다시 자란 포기도 보였습니다. 만약 50~60cm 정도의 어린 가라무시를 반복해서 수확할 수 있다면, ‘베어도 베어도 다시 자라는 성가신 잡초’가 시선을 바꾸면 해마다 쓸 수 있는 섬유 자원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러 차례 계속 베었을 때 포기가 어느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 한 해에 몇 번 정도 수확할 수 있는가?
  • 수확한 뒤 포기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 퇴비, 풀 멀칭, 가마도 화덕의 재처럼 Hitotsuya 안에서 순환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즉, 실 만들기 연구를 시작하면 어느새 재배 방법 연구로도 이어지게 됩니다.

레팅은 아직 전처리 단계

이번 물속 레팅에서는 24시간, 36시간, 48시간을 기준으로 겉껍질이 들뜨는 정도, 색, 미끈거림, 섬유가 약해지는 정도 등을 비교합니다.

다만 레팅만으로 섬유를 완성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물속 레팅으로 겉껍질과 점질 성분을 느슨하게 한 뒤 건조, 두드리기, 건식 브러싱이나 빗질을 합니다. 필요하다면 옅은 잿물 처리, 세척, 표백도 시험합니다.

이런 공정을 조합하면서 조금씩 ‘방적할 수 있는 상태’에 가까워지게 하고, 그 차이를 확인해 보려 합니다.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손을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가라무시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섬유식물입니다. 하지만 Hitotsuya가 하고 싶은 것은 옛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야생에서 자라는 가라무시 섬유를 지금의 Hitotsuya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로 만들고, 언젠가는 천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목표를 향한 또 하나의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